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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적분석,외적분석]으로 보기

Apr. 20. 2017

흔히 사극이라 불리는 역사를 다룬 영화와는 별개로, 영화와 역사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적분석과 외적분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영화의 스토리가 고증하고 있는 영화스토리 내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내적분석'이라 칭하고, 영화가 만들어지고 상영하는 시간

즉, 영화 바깥의 시대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외적분석'이라 칭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 P.T.앤더슨의 2007년작 <There will be blood>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P.T.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미국의 오일러시를 배경으로, 한 석유사업가의 성공과 파멸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감독은 사랑, 공동체의식, 자연, 신앙, 가족 등의 가치가 어떻게 자본을 향한 인간의 욕망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지 훌륭한 연출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위대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감독이 2007년 무렵의 미국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을 19세기 말의 이야기로 영리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내적, 외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알레고리’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같은 소설이 대표적인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알레고리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으로 스토리 전체를 하나의 은유법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There will be blood>를 캐릭터 사이의 관계중심으로 분석하면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이하 다니엘>’를 중심으로 일라이 선데이(폴 다노)<이하 일라이>, H.W (스톡튼 테일러, 러셀 하버드), 헨리(케빈 J. 오코너) 이상 세 사람이 가장 굵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세 인간관계를 어떻게 내적, 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1. 다니엘 플레인뷰와 일라이 선데이

다니엘과 일라이의 관계는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는 갈등관계이다. 석유업자와 제삼계시교의 목회자이자 플레인뷰가 사들이는 땅의 본래 주인인 두 사람의 관계는 자본주의와 기독교가 맺어온 협력관계로 비유된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국가이며, 석유(록펠러 재단)는 미국의 건국이후 오늘날과 같은 초강대국이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자원이었기 때문에 다니엘을 자본주의로 치환할 수 있다. 제삼계시교라는 이단의 목회자인 일라이를 기독교로 치환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분분하나, 일라이의 성이 Sunday인 점이나, 십자가를 상징물로 사용하는 점,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볼링레일을 미쟝센으로 사용한 점으로 보아 감독은 일라이를 기독교로 해석할 여지를 충분히 마련해 놓았다고 생각된다.

(볼링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의 박해를 피해 은신하는 동안 고안한 것이 9핀 볼링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볼링은 청교도들이 자주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송유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니엘이 일라이의 교회에서 거짓회개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Best scene으로 꼽히는데, 이 장면은 자본주의가 세력확장을 위해 기독교를 이용하던 역사를 보여주는듯 하다.

 

영화에서 일라이는 교회운영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다니엘을 찾아갔다가 그의 조롱섞인 요구로 신을 부정하고 만다. 이 장면을 통해 오늘날 자본주의의 기수로 전락한 기독교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니엘이 영화의 Last scene에서 자신이 제삼계시교이고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소리치며 일라이를 죽이는 장면은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자본주의가 곧 종교이고, 자본이 유일한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등에 업고 자본주의는 꽃을 피웠지만, 기독교신도는 갈수록 줄어가는 현시대상을 비유하고 있다.

2. 다니엘 플레인뷰와 H.W.

H.W.는 영화 초반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의 아들을 끌어안은 다니엘의 양아들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정부와 국민, 혹은 초강대국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로 비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장면을 꼽는다면 석유 시추가 성공해서 땅 위로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다.

송유탑이 무너지는 장면은 국제금융센터가 무너지던 모습과 닮아있다. 송유탑이 무너지는 사고에 휘말려 청력을 잃는 H.W.의 모습은 9.11테러의 충격으로 판단력을 잃고 부시행정부의 이라크전쟁에 동조하는 미국국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2007년의 미국은 2001년 있었던 9.11테러와 이후에 벌어진 이라크전쟁에 대해 성찰의 목소리가 쏟아지던 시기였고, 그런 시기와 맞물려 P.T.앤더슨은 이러한 내용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석유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양아들을 이용해 따뜻한 이미지를 광고하던 다니엘은 훗날 장성하여 독립하겠다는 아들을 가차 없이 내버린다. 더 이상 너는 가족이 아니고 경쟁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오늘날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행하는 냉정한 외교정책을 떠올릴 수 있다.

3. 다니엘 플레인뷰와 헨리

석유사업가로 성공한 다니엘 앞에 느닷없이 이복동생이라고 나타나는 헨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넘어오는 이민자로 치환할 수 있다. 신문을 통해 다니엘의 성공을 보고 찾아오는 헨리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막연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찾아오는 이민자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자신도 남의 땅을 돈 주고 매입해 그곳에서 나는 석유로 먹고사는 다니엘이지만, 낯선 가족인 헨리는 의심의 대상일 뿐이다. 영화에서 다니엘은 결국 헨리를 살해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백인사회는 이민자들에 대한 처리를 논의하고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애국자법을 만들어서 많은 이민자들을 추방했다. 2006년부터는 이민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이 법안에 대한 반대시위는 점점 늘어났다.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백인사회도 결국은 타인(인디언)의 땅에 살고 있는 처지가 아닌지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인간관계에 따라 내적,외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P.T.앤더슨은 촘촘하게 잘 짜여진 각본을 통해 이 모든 내용들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사실 그가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인간들을 얼마나 현명하게 연결시키는지는 전작들을 통해서 보여준 바 있었지만,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더 나아가 초기미국의 모습이라는 줄거리 안에서 2007년의 미국을 비판하는 은유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움을 준다.

 

이 밖에도 수많은 영화들을 줄거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적,외적으로 파악하며 본다면, 영화를 더 풍부하게 즐길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작성자 : 세이브에즈 이준호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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